From you have I been absent in the spring,
When proud-pied April, dressed in all his trim,
Hath put a spirit of youth in everything,
That heavy Saturn laughed and leapt with him.
Yet nor the lays of birds, nor the sweet smell
Of different flow'rs in odor and in hue,
Could make me any summer’s story tell,
Or from their proud lap pluck them where they grew.
Nor did I wonder at the lily’s white,
Nor praise the deep vermilion in the rose;
They were but sweet, but figures of delight,
Drawn after you, you pattern of all those.
Yet seemed it winter still, and, you away,
As with your shadow I with these did play.
표면적으로 저자는 애거사 크리스티로 되어있다. 우리가 아는 그 여사님 맞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필명은 메리웨스트메콧이었다. 요즘말로 여사님의 부캐쯤 되려나?
이러 저러한 해설들을 찾아보니 새로운 필명으로 전혀 다른 색깔의 소설을 발표하기 즈음에 배우자가 배신하는 아픔을 겪었고 가출인지 실종인지 모호한 사건이 있었다. 여사님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3자가(당사자나 관계자가 아닌 차가운 마음과 심장을 가진 자들) 구성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해피해피한 결혼생활을 하다 믿었던 배우자가 사실은 상당기간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충격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었고 어떻게든 이 사실을 정리하고픈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해서, 마치 범죄현장처럼 떠난 자리를 꾸며 놓고 본인은 어떤 호텔에 기거하다 사라질때처럼 느닷없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나타난다. 그 후로 이혼같은 것은 없었고 '표면적으로' 잘 살다 해로한 부부처럼 지냈다 고 뒷담화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도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듯 타의에 의해 터키의 어디쯤에서 발이 묶이는 경험을 한다. 그곳은 상당한 은유가 이미 내포된 단어인 '사막'의 환경을 하고 있다. 모래, 모래, 모래...그리고 아무 것도 없음.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을 깊게 만난다는 뜻의 은유말이다.
그곳에서 우리의 마나님은 분열을 경험한다. 해체라는 것이 더 맞을 듯 하다. 요즘 개념으로는 그렇게 명명할 수 있고 이미 상당히 익숙한 풍경이지만 1800년대는 매우 생소했을 것 같다.
자신을 중심으로 구축된 세계가 사실은 허구였고 전혀 다른 세상들이 있으되 그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부정하다 다시 곰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라는 실질적인 심리 스릴러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스릴러 물의 핵심은 기존의 것들이 붕괴되고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 주는 공포, 와해, 분열, 재구성, 불안 등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 것이라고 봤을 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애거사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추리물 못지 않는 스릴러 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공포의 비율은 조금 낮아지고 불안의 비율이 높아졌을 뿐.
제목을 따온 원시는 상당히 낭만적인 내용이지만, 이 소설을 그렇지 않다. 피가 난무하는 현장 못지 않은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프레드 히치콕식 영화같은 세련미와 은유적인 느낌이 드는 스릴러물같다. 분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 말이다. 부캐(필명)에 맞게 전작들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 탄생했는데, 나는 어쩐지 이 작품에 애정이 간다. 사막에서 그 모진 통과의례를 거치고도 일상으로 돌아와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삶을 이어가는 그 사실 자체가 소름끼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기 마련이다. 절대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건 거짓말과 같은 것이니까. 그런데 그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은 소름끼치도록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하거나 아웃 오브 이세상 사람인 것 아닐까?
남편은 예전과 다름없는 아내를 보며 '그럼 그렇지. 네가. 넌 아무것도 모를거야. 쭉 그렇게 행복해하다 죽으렴.'이라고 편안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다 마지막 순간 '사실은 당신이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거 나도 알고 있었어.'라는 고백이라도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아마 충격으로 삶의 의지를 잃을지도 모른다.
인간적인 면에서 진일보한 세계를 보여준다는 것, 치밀한 구성, 현대에 던져주는 시사점 등을 고려하면 기존이 추리물과는 다른 차원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진정한 스릴러물, 완벽의 경지에 오른 스릴러물, 게다가 문학적인 가치까지 더해진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어보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