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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땐 너 스스로 점이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점?"
"응. 점과 점이 이어지면 선분이고, 선분 네 개가 만난 게 천장이잖아. 지금 네 눈앞에 있는 건 이 방에 있는 여섯 개의 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생각해버리는 거지."
"그거 수학 시간에 배운 거 아냐?"
"잘 생각해봐. 원래 너무 멀고 너무 큰 걸 생각하면 누구나 다 질리게 돼 있어. 나도 밤하늘을 보면 그래. 이 넓은 우주 속, 저 많은 별들 중의 하나인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고. 그럴 때면 그냥 다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버리는 거지. 저 별도 지구도, 나도 그냥 다 점이다. 좆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게 뭐냐."
"아니면 천장 말고 창문 너머의 세계를 떠올려봐. 거기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너랑 나를 연결하면 또다른 선이고, 천장 너머의 또다른 세계가 만들어진다고."
+ p130 “너는 살면서 제일 두려운 게 뭐야?”
나는 매일 밤 침대에 누울 때마다 천장의 네 귀퉁이에 서린 그림자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고통에 사로잡히곤 한다고, 얼마나 많은 밤동안 이 천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모든 것들이 견딜 수 없이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그럼, 우리 1차원의 세계에 머무르자.”
네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너와 나라은 점, 그 두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지금도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면 너를 생각해. 숨막히게 나를 짓누르던 너의 질량과 그 무게가 주던 위안을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