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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를 잡고 웃었다. 입꼬리가 활짝 올라가는 그의 미소는 내가 잘 아는 모습이었다. 내일 모든 걸 다 잃어버릴지라도 일단은 웃고 보자는, 대책 없이 해맑은 그 얼굴. 그 빛나는 모습으로 말미암아, 그 시절의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술에 취하면 더욱 빠른 속도로 취해야 한다는 주사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다시금 가까워졌다. 이번에는 인간 대 인간으로, 성적 욕망이 걷힌, 맑고 투명한 관계로 남아 인생의 가장 고단한 시절을 함께 하는
중이다. 그리고 요즘 누구보다도 넓고 단단한 그의 등을 보며 나는 그 시절의 그와, 나아가 그를 좋아하는 마음조차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 시절의 나 자신과 화해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