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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정교회 신앙을 인정하고 믿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둔하고 잔인하고 부도덕하고 자기밖에 모른다. 지혜, 정직, 성실, 선량, 덕성은 오히려 신앙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첫째 목적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도덕적 완성이었지만, 그것은 곧 일반적인 완성에 대한 욕망으로, 즉 자신과 신 앞에서가 아니라 남들 앞에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으로 바뀌어버렸다. 남들 앞에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은 어느 순간 남들보다 더 힘있는 사람이 되려는 욕망으로, 남들보다 더 명예가 있고, 더 지체 높고, 더 부유해지려는 욕망으로 바뀌어버렸다.
처음에는 무척 쓸데없고 당치 않은 질문들 같았다. 빤한 문제들이라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지금은 그런 질문들에 매달릴 겨를이 없지만 잘 생각해보면 금세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질문들은 날이 갈수록 더 자주 되풀이되었고, 점점 더 끈질기게 답을 요구했으며, 답이 없는 그 질문들은 한자리에 계속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내 안에서 뚝뚝 떨어지더니 시꺼먼 얼룩이 되어버렸다.
-알라딘 eBook <참회록>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