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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기억하는 장면들을 모아 시간으로 바꾼다면 열흘도 채우지 못할 것이다. 기억하는 날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다. 잠시나마 말을 나눠본 사이까지 헤아린다면 만났으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네가 잊은 것들을 모조리 되살려 이어 붙인다면, 망각을 복원한다면, 그렇다면 타인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너는 네가 망각한 것들을 그리워한다. 망각은 돌에 가까운가 돌과 돌 사이 바람 통로에 가까운가. 망각과 기억 중 무엇에 기대어 아직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 이미 어느 정도 허물어졌는지도 모른다. 완전히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을 뿐 어쩌면 귀퉁이부터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