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문학동네 제6기를 가입하고 [2023년 젊은 작가상 수상집]과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을 받았다. 후자는 비옥한 땅에서 수확한 햅쌀로 지어 윤기가 흐르면서 찰지고,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흰 쌀밥, 전자는 밤, 은행, 호박 등을 넣어 현미로 지은 잡곡밥이었다. 시큼한 맛이 나는 뭔가도 있는데 묘한 이질감이 풍미를 더했다. 두 권은 식감이 달랐을 뿐,모두 잘 지어진 밥이라 맛도 있고 소화도 잘 되었다.
시대의 질문에 대한 응답처럼 보이는 젊은 작가상 수상집은 올해도 다양한 주제를 다채로운 표현법으로 그려낸다. 역시나 읽는 재미가 있다.
대상작인 이미상의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은 내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 명과 그 옆에서 일어나 양팔에 물건을 가득 담고 걸어가는 여자, 떨어진 스카프 속 생고기, 그리고 그 셋을 등지고 있는 나 목경. 카멜라 컷, 목경의 방 천장에 써 있는 책 리스트, 또 컷, 버스, 산 속, 총, 캄캄한 밤, 능글맞고 비열한 남자 둘, 그 안에 타는 불, 컷, 아침, 무경, 컷, 목욕탕, 온탕, 아이, 그리고 지켜보는 나 목경. 장례식장. 너무도 선명하다. 글 위로 전환되는 화면이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인물에 대한 묘사가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 생경하다.
김멜라의 글을 생각하면 절벽 위 바싹 마른 나뭇가지에 달린 이파리 몇 개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 글은 제목「제 꿈 꾸세요」처럼 어딘가 달콤한 느낌이 있다. 자살이 아닌 사고지만, 전적 때문에 자살로 여겨질 죽음을 시작으로 이렇게 두둥실 떠오르게 할 수 있나.
성혜령의 「버섯 농장」은 읽으면서 어리둥절했다. 화장실을 다녀왔을 뿐인데, 느닷없는 이 전개는 무엇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소설이 갑자기 막 이렇게 가도 되나? 싶은데 납득이 된다. 그래서 소설이다.
이서수의 「젊은 근희의 행진」은 대범하다. 공격받기 쉬운 대상을 경쾌한 리듬으로 당당히 드러낸다. 이것은 나의 편견인가, 아니면 경험과 이성을 바탕으로한 판단인가, 그 둘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정선임의 「요카다」는 정서적이다. 구십육 세가 되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어쩌면 구십육 세가 되어서야 스스로 어디로 갈지를 정할 수 있는 사람의 한 평생이 작은 동네를 바삐 걷는 발걸음에 담겼다.
함윤이의「자개장의 용도」문을 열고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면 보내주는 자개장 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편도만 돼서 올 때는 알아서 와야 한다니 딱히 갖고 싶지도 않다. 물론 누군가 준다면 요긴하게 잘 쓰겠지. 이 소설의 의미는 퇴로를 계산해야 하는데 있다. 그 계산에 갇혀 더 멀리 갈 수 없던 사람이 결국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성장일까.
현호정의 「연필 샌드위치」연필심이 식도에 콱 걸렸는데 그 안에서 사각거린다. 연필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기괴한 꿈에서, 푸석거리는 병실과 방에서 ‘뭐라도 먹어야지’는 애석하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먹을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의무를 지운다. 먹임과 먹음의 돌봄 노동을 보며 나의 엄마와 나의 딸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