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었다. 매번 읽는 것만 읽는 편독이 심한 편인데 독파 챌린지 통해 조금씩 다양성을 넓혀가는 중이다.
하얼빈을 읽기 전에 남한산성을 조금 들여다 봤는데 특유의 가라앉은 분위기와 무미건조한 문체, 생소한 단어들로 몇 장 못 가 책을 덮었었는데, 하얼빈도 처음 몇 장은 비슷한 어려움 때문에 조금 더디게 읽혔다.
그러나 조금 적응하고 보니 금새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읽는 내내,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역사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생생하달까, 청년 안중근의 그 고민과 마음, 의지가 가슴에 와 닿았달까.
나였다면, 내가 그 때 그 시절에 살았다면, 안중근의 마음과 비슷한 모양을 가질 수 있었을까, 김아려와 비슷한 강단을 지닐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줄곧 나를 따라다녔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절이 물론 그 시절보다는 좋다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고충은 늘 있는 법이고, 무능한 대통령이라던가, 믿을 수 없는 정부라던가, 여러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마음과 결의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 대답은 글쎄.. 비겁하게도, 그럴 용기가 있을까..로 끝나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시대에 맞춰 살아갈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황태자 이은과 대주교 뮈텔의 태도는 너무 화가났다.
분노 폭발. 내 나라가 없는데 하느님의 나라, 평화의 구도는 무슨, 이라고 속으로 욕을 한바가지 했다, 증말.
나중에야 사과했다지만, 뮈텔의 저 편협한 생각, 오직 하느님 밖에 모르는 그 우물안 개구리 같은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해해주고 싶지도 않다.
아무튼, 잘 읽었다. 잘 읽었다고 하는게 적당한 말일까만.
독파 챌린지의 꽃(?)인 줌토크에 이번에는 처음 참석해보았는데, 무려 작가님이 직접 참여하셨기 때문에, 꽤나 좋았다. 편집 과정, 표지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듣고 (ㅋㅋ).
칼의 노래도 꼭 한 번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