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은 인간 안중근을 담고 있다.
역사의 고유명사 '안중근'이 아닌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대의'를 위해 쉴 새 없이 전력 질주한 안중근의 시간을 담고 있다.
그 여정을 책 표지의 지도를 짚어가며 따라갔다.
비장하고 빽빽한 시간이었다. 책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뭔가 써야 한다는, 뭔가 입 밖으로 뱉어야 한다는 부채감을 느꼈다.
일상을 살다가도 책 '안중근'을 펼치면 그 속에 강철처럼 단단하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안중근의 목소리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책을 덮으면 조선의 식민 통치를 위해 조선의 숨통을 조이는 이토의 주도면밀함이 공기에 체류했다.
쫓기듯 책장을 넘겼다. 이미 알고 있는 안중근의 마지막이 왜 이리 안타까운 걸까...
빌렘 신부와의 고해성사가 인간 안중근에게 큰 위안과 안식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얼빈'은 이름 없이 조선을 위해 살아간 민초들의 인생을 담고 있다. 무릇 안중근 만이 아니다.
그들은 대단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았다. 매 순간 고민하고, 후회하고, 원망하고, 마지막 순간 죽음의 공포에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한 걸음씩 나아간 것은 '옮은 길'의 흔적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 흔적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보내고 있을까?
코리아 후래와 동양평화를 외친 안중근의 목소리가 소설 '하얼빈'에서 계속 여운을 남길 것이다.
안중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 '하얼빈'을 만나서 참으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