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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요카타
289. 가벼운 습자지 한 장 같은 오늘을 서둘러 뜯어내고 아침을 기다리고 싶다. 내일이면 오이소박이는 좀더 익어 맛있을 것이다. 해가 지기전에, 푸르스름한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 다시 눈을 감고 그림자를 쫒기 전에 집으로 찾아오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1919년 3월 1일에 태어난 언니의 호적으로 살고 있는 서연화 할머니. 그 이름마저도 언니의 이름이다. 할머니의 이야기에 마음이 쓰인다. 본인의 나이 열여섯에 일본에 끌려가지 않기위해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일본인의 아내가 되고, 아이도 낳았지만 전쟁이 끝나갈 무렵 남편은 아이와 함께 고향인 나가사키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폭탄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죽어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인지 살아있는데도 오지 않은 것인지는 모른다.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요카타,요카타 라고 한다. 일본어로 ‘다행이다’란 말이다. 그 말 속에서도 할머니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젊은근희의행진 에서 두딸과 엄마와 큰사위가 나오는데 그들의 관계에서 오는 특징이 너무 재미있었다. 문희의 입장이 같은 맏딸로서 너무 이해가 되고 인기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하는 둘째딸 근희와 평생 일을 하면서 어렵게 살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엄마가 큰 딸의 눈치를 보는 그 풍경이 재미있었다. 엄마가 근희에게 보내는 편지가 특히나 재미있었다.
사실 모든 단편이 재미있었다.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은 처음 봤는데 #문학동네북클럽 웰컴키트에 있기도 했고 #독파챌린지 도 궁금해서 읽어봤다.
#독파 에서 매일 오는 질문에 내 생각을 답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읽는게 끝이 아닌 정리하는 시간을 따로 갖게 되어 재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