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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을 골라 후원을 연결하고 ‘도덕적’ 빈자의 표상을 강화하는 미봉책은 가난의 낙인을 강화하고, “왜 쟤만 주고 나는 안 주냐”는 험담을 유포시키며, 가난을 ‘연행’하는 무대로 주민들을 끌어들인다.
이 무대에서 주민들은 자신의 생계 조건 자체를 자원화하고, 외부로부터 규정된 가난의 상에 스스로 편입시키기도 한다.
이 모습이 일선 공무원, 복지사, 후원인, 비슷한 처지의 이웃, 나 같은 연구자한테 계속해서 노출되며 평가받는 일이 반복될 때, 가난은 난치를 넘어 불치의 병으로 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