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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문지기도, 이웃에 사는 노인들도
도시가 어떤 모양인지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었고,
딱히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듯했다. 또한 그들이
"대충 이럴거야."하고 그러주는 도시의 형상은
제각각 판이하게 달랐다. 어떤 것은 정삼각형에 가깝고,
어떤 것은 타원형이며, 어떤 것은 커다란 먹이를 삼킨
뱀 같은 모양새였다.
"그쪽은 왜 그런 걸 알고 싶어하지?" 문지기는 미심쩍어하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순수한 호기심이라고 나는 설명했다.
지식을 얻고 싶을 뿐이다.
무슨 쓸모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
그러나 문지기는 '순수한 호기심'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개념인 것이다.
그는 얼굴에 경계의 빛을 띠며
이놈한테 나쁜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눈빛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 이상
묻기를 단념했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문지기는 말했다.
"머리 위에 접시를 얹고 있을 땐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거야."
#생각메모: 이해받지 못하는 앎의 욕구를 접어야 할 때,
'나'가 문지기를 대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하자.
그러고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