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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곡선을 그리는 레인코트에게서 어떤 위엄이 느껴졌다. 위옹의 다른 모든 크 루를 포함해 레인코트가 이 클럽의 중심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컴퍼스로 그린 원의 중심이랄까. 종이 위에 바늘로 찍은 자국. 레인코트가 바로 그 중심이었고, 어쩐지 나는 그 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레인코트가 앉거나 일어설 때 레인코트의 반듯한 어깨와 널찍한 가슴이 내 앞에서 비스듬하게 기울어 졌고, 나는 눈앞에서 오래된 흙벽이 무너지는 것처럼. 차가운 천이 이마를 덮는 것처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으면서 마치 관속에 누워 내 위로 흙이 뿌려지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깊은 곳으로 내려가 어둠에 잠기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