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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까운 것을 넘어 늘 함께하는 사람이 선명하고 무해한 눈을 한 사람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러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현철’과 ‘윤정(나)’은 잊지 못하는 인물임과 동시에 ‘현철’은 비열하고 역겨워도 보상받고 싶어하고 실제로 실천하지만 ‘윤정‘은 그 자리에 서서 침을 계속해서 삼키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반대로 ‘정호’는 잊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죄책감은 그와 함께하는 사람에게 떠넘긴 것처럼 보인다. ‘윤정’은 여전히 ‘정호’와 함께지만 ‘현철’에 대해 생각하고 ‘정호’가 입에 달고 다니던 욕을 대신 달고 다닌다.
‘윤정‘이 ‘현철’의 맑은 눈에서 허무함을 발견했을때 오히려 ‘윤정’이 허무함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현철’이 시시하다고 끊임없이 말했지만 스스로가 너무 시시해서 죽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고 한 것처럼.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역겨운 표정을 짓고, 내뱉는 숨이 거북하게 느껴지면 난 견딜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