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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새롭지 않다/항저우
1. 커피를 마시면 생각이 빨라지지만 차를 마시면 생각이 깊어집니다.(...)중국의 천재성과 서양의 천재성이 어떻게 다른지가 이로써 설명될까. 우리 서양인은 카페인의 즉효성과 그로 인한 번덕이는 통찰을 높이 사지만 동양에서는 자기네 카페인을 그보다 천천히 흡수함으로써 긴 안목을 기른다. (p110)
2. 아테네처럼 철학적으로 엄숙하지는 않았지만 항저우는 예술과 시, 특히 기술면에서 아테네를 앞섰다. 옛 항저우는 우리가 세상을 항해하는 방식을 말 그대로든 비유적으로든 바꿨다.(111)
3. 송왕조는 철학적 정신적 천재성이 만개한 시기이기도 했다. 불교와 유교가 어우러지면서 놀랄 만큼 관용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사실 중국의 황금기를 이끈 기술인 목판 인쇄가 처음 완성된 것은 세계 최초의 책들이 출판된 불교 사찰에서 였다. (...)송왕조는 중국의 르네상스였으며 항저우는 중국의 피렌체였다. (112)
4. 중국에서 여러 해를 보낸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이렇게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과거를 찾을 수 없어. 마오 주석이 다 쓸어버렸거든. 시간 낭비야." 친구들 말이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스럽다.(113)
5. 과거는 그와 같았다. 부재했다가 갑자기 부재하지 않게 되는 것. 이런 일이 일어나면, 과거가 무작정 들어 닥치면, 우리는 경악하지 않고 수긍하면서 과거를 맞이한다. (114)
6. 아테네와 항저우, 이 두 천재의 장소는 시간상으로는 1500년, 거리상으로는 80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있고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뿌리가 전혀 다르지만, 깊이 들여다 볼수록 비슷한 점이 점점 더 드러난다. 두 도시 다 계몽된 지도자 덕을 보았다. 아테네에 페리클레스가 있었담녀 중국에는 시인 황제로 알려진 계몽지도자가 잇따라 등장했다. (...)황제 일 쪽이 부업이었다. 항저우는 아테네처럼 무역도시였다.(...)천재의 장소에는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아니 혼란까지도 필요하다. (115)
7. 혁신의 가장 위대한 신화가 거짓이란걸 알 수 있다. 진보는 중단시킬 수 없다는 신화말이다. 사실 우리는 늘 진보를 중단시킨다.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는 혁신은 결코 혁신이 아니다. 인생사가 다 그렇듯 천재성의 관건은 타이밍이다.(116~117)
*코르넬리스 드레벨: 17세기 네덜란드 발명가로, 망원경, 현미경, 자동연주악기 발명, 냉장과 부화를 위한 장치 개발.
당대의 토마스 에디슨이라 부를만 했다.
8. 시후와 항저우의 천재성과 무슨 관계일까? 앞에서 말했듯, 천재성은 대체로 도시적 현상이지만 창조적인 사람들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위대한 도시들이 결코 자연과 완전히 단절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다. (118)
9. 두 도시(아테네와 항저우)다 평화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테네의 대가는 피였고, 항저우의 대가는 재물이었다. 중국 황제들은 막강한 적들을 군사적으로는 막을 수 없음을 알았기에 공물을 주어 달랬다 평화는 값비쌌으며 그래서 소중했다. (120)
10. 딘 사이먼턴은 황금기에 대한 연구에서 정치적 음모, 소란, 불확실성이 팽배한 장소가 창조적으로 번성했음을 밝혀냈다. 옛 중국 고사중에 "난세에 사시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정치적 세계뿐 아니라 창의적 세계에도 적용된다.(121)
11. 오늘날 항저우 사람들은 모두 그(소동파)를 알고 그를 사랑한다. 누구나 그의 시를 암송하며 그의 그림을 한 눈에 알아본다. 심지어 그의 이름을 딴 요리도 있다. 돼지고기를 육수에 넣어 졸인 동파육 말이다. 소동파가 채식주의자였음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소동파: 항저우의 태수이자 시인이자 화가이자 여행 작가이자 공학자.
12. 목판 인쇄가 당대의 인터넷이였다면, 시는 트위트였다.(...) 그 시대에 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대의 가장 유명한 시를 적은 종이로는 술값이나 찻값을 치를 수 있었다.(123)
13.소동파의 시에는 경이감이 거듭 등장한다. 그리스인들과 마찬가지로 소동파 또한 경이감이야말로 모든 과학적 탐구의 삶자체의 핵심이라고 믿었다.(...)그들은 모두 막스베버의 표현처럼 '놀랄줄 아는 능력'을 가진자였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천재는 이 능력을 갖췄으며, 영국의 철학자 앨런 와츠 말마따나 이러한 능력이 "인간을 그 밖의 동물과 구별지으며 지적이고 에민한 사람을 바보와 구별 짖는다"는 사실을 안다. (124)
14. 심괄은 중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으며, 레오나르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온갖 기발한 발상을 글로 남겼다.(...)조지프 니덤이 심괄을 두고 "주욱ㄱ 과학사를 통틀어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라고 부른것도 놀랍지 않다. (...)심괄의 학문적 업적은 찬란했지만, 그의 개인사는 처량했다. 아내에게 맞았다고 한다. (128~130)
*심괄: 11세기 수학자, 천문학자, 기상학자, 지질학자, 동물학자, 식물학자, 약리학자, 농학자, 고고학자, 민족학자, 지도 제작자, 백과사전 집필자, 외교관, 수력공학자, 발명가, 대학총장, 재무장관역임. 나침반 연구로 유명.
15. 그대 앞에 있는 것, 그 자체를 보라. 분석은 나중에 하고.
모든 위대한 발견, 모든 획기적 발명, 모든 대담한 공리는 이 단순한 관찰 행위에서 시작된다. 천재는 나머지 모든 사람이 보는것을 보지만, 뭔가 다른 것을 본다. (...)익숙해지면 더이상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렇듯 지각이 흐려지는 일을 피하고 "낯익은 것을 낯설게 만들"수 있다.(133)
16. 송대의 창의성은 어떻게 된거죠?더 정곡을 찌르자면 이렇게 물어야 한다. 현대 중국 문화는 창의성을 질식시키고 있나요?(...)창의적 사고를 측정하는 검사에서 중국인 참가자들은 서양인 참가자에 비해 일관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검사결과를 설명해야만 하는 심리학자들은 대체로 유교를 그 범인으로 지목한다. 전통과 권위에 충성하라는 요구가 문제라는 것이다.(136)
17. 서구문화는 창의성을 참신함과 동일시한다. 창의적인 것이라면 뭐든지 마땅히 전통과 근본적으로 결별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중국 같은 유교국가는 그렇지 않다. 중국인은 발명이나 아이디어의 참신함보다는 그 쓰임새를 훨씬 더 중시한다. "새롭고 놀라운 혁신인가"가 아니라, "쓸모 있는가?"라고 묻는다. (138)
18.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또다른 걸림돌이 있다. 언어다. 중국어는 수천 개의 한자로 이루어졌다. (141)
19. 우리도 유머를 높이 평가해요.(...)그런데, 합리적 유머여야 해요. 중국인에게는 합리적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해요. (142)
20. 아서 캐스털러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오래된 농담을 예로 든다.
"동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말해보게."
"인가에 의한 인간의 착취이지."
"그러면 공산주의는 뭔가?"
"그 반대일쎄."(143)
21.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자유시 쓰기를 네트없이 테니스하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경계선이 없으면 우리는 길을 잃는다. 진정으로 창조적인 사람들이 제약을 갈망하고, 제약이 없으면 만들어내는 것은 그래서다.(146)
22. 항저우에서 나고 자란 마윈은 이 고장 부자다. 진짜 유명인.(...)언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가치는 물건뿐 아니라 말에도 스며든다. 그리하여 자유와 기회와 위험감수라는 낯선 개념이 젊은 마윈의 머릿속에 기어들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남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윈은 여전히 중국인이었지만, 그의 일부는 미국인이 되었다.(148~149)
23.마윈은 교육제도, 특히 지긋지긋한 시험이 중국의 창의성을 억누른다고 말한다. 이런 시험들은 중국의 황금기를 일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혁신 격차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중국의 혁신 격차가 이로써 일부 설명되지만, 마윈은 다른 더 은밀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문화를 잃었습니다. 종교를 잃었다고요."(150~151)
24. 마윈은 시간을 초월한 이 철학과 문화를 다시 깨우지 않고서는 중국에서 창조적 천재의 등장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남은길은 이것이다. "저희는 그저 베낄 뿐입니다. 베끼고, 알아내고, 베끼죠." 하지만 그는 희망이 있다고, 그 희망은 바로 인터넷에 있다고 말한다. (153)
25. 중국학자 모트는 "시스템의 강점은 약점과 불가분의 관계였다"고 말한다. 이 말은 모든 위대한 장소에도 적용된다. 위대한 장소는 결국 스스로의 위대함에 짓눌려 무너진다.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