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할 것 같았던 가정을 꾸린 주인공이 남편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서스센스 가정 스릴러 <마당이 있는 집>
<마당이 있는 집>은 두 여자가 주인공이다.
주란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 친언니의 죽음으로 아픔을 가진 여자가원인 모를 악취로 인해 뒷마당을 파보게 되는데, 그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상은은 가정 폭력을 겪고 있는 임산부로, 남편이 사망 후, 사망 보험금을 타고자 한다. 하지만, 남편을 살해한 장본인. 자살은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없으니, 남편은 타살이어야만 한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올여름 스릴러 중 최고의 명작이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결말을 알면서도 매회, 매 장면마다 긴장감이 돌았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누군가에게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구슬펐다. 살인자라는 소름 돋는 단어보다, 엄마로서 아이를 지켜야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하게 와닿았다. 가정 폭력, 성매매, 사기 등 현시대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그 안에 담긴, 모성애, 가족애가 절묘하게 담겨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남편이란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인데, 남편을 살해한 상은이 말한다. ‘내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면, 남편이 나를 죽였을 거야.’ 섬뜩하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임산부임에도 남편은 상은을 구타하고 폭행했다. 이유야 어쨌든 살인은 범죄다. 하지만 어쩌면 상은은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남편을 살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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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조사 차원에서 약 상자들을 가져가도 될까요?“
”네, 그러시든지요. 근데요.“
나는 두 형사를 번갈아가며 간절하게 쳐다봤다. 부디 내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제 남편은 분명 살해당했어요.“
단호한 내 어투에 두 형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남편은 분명 살해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만큼은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진실 중 하나였다. p.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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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남편을 살해했기 때문에 가장 분명한 진실이라는 것이 섬뜩했다. 자살은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없기에, 타인에 의한 살해를 주장하는 그녀가 뭔가 애처로웠다.
주란의 남편은 소아과 병원 원장으로 겉보기엔 능력 있고 다정한 남편이지만, 현실은 성매매로 인해 미성년자를 임신 시킨 범죄자다. 그리고 그 여고생을 죽인 살인자다.
주란은 악취를 맡는 그날부터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상은을 통해 남편의 실체를 알게 된다. 화목할 것만 같은 마당이 있는 집은 사실 진실을 감추기 위한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다. 주란은 그 감옥을 벗어나 상은이라는 여자를 통해 남편의 실체를 파헤쳐 간다.
- 생각해 보면 그 의사는 남편의 선배고, 그 병원으로 나를 인도한 건 시어머니다.
”내가 화단 아래에서 본 건 시체가 맞고, 김윤범이 가져다 놓은 낚시 가방에 시체를 담아서
그날, 4월 9일에 산에 묻은 거야. 그걸 당신 부모가 도와줬고, 그리고 같은 날 모든 걸 알고 있던 김윤범이 죽었어. 맞지? 이게 망상이라고!“ - p.310
- 그 순간 일이 일어났다. 내가 남편에게 달려들었고, 남편이 나를 잡으며 끌어당기는 순간, 발목을 삐끗한 남편이 넘어졌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은 채 계단을 굴렀다. 넘어지면서 계단 모서리에 머리를 찧은 건 남편이었다. 쿵 하는 커다란 소리가 집안 전체에 울렸다. 나는 남편의 몸에 밀착한 채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1층에 다다라서야 남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온몸에 통증이 밀려왔다. 너무나 극심한 통증이 다리에서 느껴졌다.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다. 나는 너무 아파서 아이처럼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예상하지 못한 기척이었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상은이 거실 바닥을 기고 있었다.
‘저 여자 아직도 살아 있었구나.’ - p.364
원작 소설의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디테일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문장에서 느껴지는 입체적인 심리 상태와 행동들이 소설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또 일기 형식과 같은 날짜를 활용해서 주인공마다 시점을 나누어 두었는데, 원작에서도 참신하다 여겼는데, 드라마에서도 활용됐다. 원작 그대로 살리면서 기대 이상의 배우들의 연기와 탁월한 영상미로 한편의 긴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다. 결국 결말은 살인자 남편을 살해하는 아내 주란으로 끝난다. 겉으로 보기엔 화복하고 행복한 가정이 서로 속이고 의심하는 거짓된 가정이었다. 남편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던 그녀가 원인 모를 악취를 통해 집 밖으로 나가게 되는 건 어쩌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고,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에게 실망하면 상처가 큰 법이다. 남편을 살해하고 모르는 여자의 범죄를 남편이 했다고 거짓 자백하는 장면에서 임산부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그녀의 배려와 모성애를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가 생각했다. 내가 죽지 않기 위해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살인으로 했다는 점에서 섬뜩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고 공감되었다.
살면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이리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란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은 범죄이고, 이유 불문 용서받을 순 없다. 소설이기에, 드라마이기에 작품으로서 올여름 최고의 스릴러 명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원작 소설, 그리고 탄생한 명작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아마도 마당이 있는 집을 보게 되면 왠지 뒷마당을 살피고 악취가 나는지 확인하게 될 것 같다. 그만큼 여운이 깊이 남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