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혹은 열아홉, ‘꿈’과 ‘청춘’과 ‘취향’에 둘러싸인 세상 저 먼발치에서, 무엇 하나 기대할 것도 기다릴 것도 없는 삶은 어떠한 장면으로 채워질까요. “내가 나의 삶을 조금이나마 덜 미워”하기 위해 스스로 무력해지고 세상을 신뢰하지 않기로 다짐한 마음에는 얼마큼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을까요.
지난 2023년 장편소설 『꼬리와 파도』를 통해 세대를 건너 상처를 딛고 다음으로 향하는 단단한 연대를 그려 낸 강석희 작가는 신작 『내일의 피크닉』에서 보호 종료 아동이자 특성화고 학생이 기업체 현장 실습에서 경험하는 사회의 폭력성을 들추어냅니다. 무엇보다, 작품 속 인물들이 내일로 나아가는 의지를 절실하게 붙드는 힘은 바로 ‘사랑’에 있습니다. 일 년 전 세상을 떠난 ‘연’이 ‘수안’을 찾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사랑의 외피를 포근히 두르고 시공을 초월한 판타지 로맨스를 슬프고도 아름답게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