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독보적인 문학 세계
그 시원을 보여주는 첫 소설집
작가의 전면 개고를 거친 완전판
『중국행 슬로보트』에 실린 일곱 단편은 1980년부터 1982년 사이에 발표된 것으로, 모두 재능 있는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삼십대 초반 하루키의 실험성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유명한 곡이나 배우의 이름에서 제목을 빌려왔을 뿐 그로부터 쉽게 연상하기 어려운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가 하면(「중국행 슬로보트」 「뉴욕 탄광의 비극」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 녹음을 위해 마이크에 대고 늘어놓는 말소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일종의 ‘카세트테이프 소설’을 쓰기도 한다(「캥거루 통신」). 소설 창작이라는 행위를 소설 자체로 검증해보려는 시도 역시 돋보인다(「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 사소해 보이는 모티프에서 출발해 어떠한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써내려간 이 작품들에서 젊은 작가만의 분방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