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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 남편이 떠난 후 억척스럽고 독하게 변해버린 그녀. 그 상상을 통해 나는 문득 이해했다. 그녀는 뢰이한을 너무나도 깊이 사랑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없이도 살아가기 위해서, 그를 사랑하지 않는 가짜 마음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품은 건 원한이 아니다. 그건 영원한 사랑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기억할 수밖에 없는 사랑. 이야기 속에서 뢰이한은 계속 살아 있다. 그녀는 셜리 잭슨이고, 고연주이고, 지영현이고, 차오이고, 끊임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중화루의 말 많은 직원이며, 대불호텔이다. 그녀는 박지운이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떠날 수 없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