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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에세이집.
나와 가까운 사람이 김해 사람이라 이 책에 김해가 나왔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몇 년 전 집 구할 때 김해 구산동도 후보지 중 한 곳이었고, 지인이 장유도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해서 장유도 후보지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글쓴이와 똑같은 이유로 장유는 내가 살 만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왕릉 근처 동네는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많지만 이상하기도 잘 관리되고 있고 깨끗하며 조용히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건물도 없어서 각 집마다 볕이 잘 들 것 같았다. 좋았고, 내가 정갈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자역에 대한 취향뿐만 아니라 그 외 많은 내용에도 공감하며 읽었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으면서 몇 해 전에 읽었던 에세이 내용과 비슷하고, 내도 매일 쓰는 내 일기 내용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대, 이 나이대의 미혼 여성들의 삶과 생각은 이렇게 비슷한 것일까 싶기도 하다. 인간도 한 시대의 산물이라서 그런 것인지, 특별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인과의 동기화가 잘 되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때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극히 낭만적인 희망 사항이다. 노력과 운돠 유전자와 환경까지 모두 조화롭게 맞아 떨어져 이상적으로 늙는 건 극소수에게만 주어진 특권일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이제 더는 귀여운 할머니가 더ㅣ는 꿈을 꾸지 않는다. 다신, 사는 게 부끄럽지 않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잘 살았노러고. 그러너 나 혼자만 잘 살여고 하지는 않았노라고 당당하디 말할 수 있다면 좋겠더 무척 어려운 숙제라는 걸 잘 알지만, 차근차근 노력해보고 싶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서른넷의 꿈이 언젠가 이뤄지길 바라며. "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부분만큼은 저자와 나의 생각이 다르다.
한때는 나도 저자와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은
오로지 잘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할머니도 인생의 과정 속에 있는 존재.이며,
할머니에도 젊은 할머니, 다소 늙은 할머니, 완전히 늙어서 죽음이 드리워빈 할머니 등등 매우 세분할 수 있다.
나는 과정이 아닌 끝을 생각한다. 잘 죽고 싶다.
후회없이, 미련없이, 홀가분하게.
나의 꿈, 나의 소망, 나의 버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