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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호흡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재밌었다. 처음 들었을 때 소재는 화차가 생각나만, 역시 작가에 따라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라는 게 즐거움.
거짓말이 늘 들통나면서도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는 이유미와, 그녀에게 함께 끌려가는 글 한 자 못 쓰고 번역도 버거워하는 소설가의 이야기. 소설가는 자신의 거짓말로 만들어진 상황 때문에 이유미에게 동질감을 느꼈다지만 이유미가 그 소리를 들었다면, 비웃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결말 또한 둘은 달리하고 있다. 자신의 유령에서 벗어나 허상이든 뭐든 새로운 땅을 딛고 서는 소설가와 여느 그녀의 거짓말의 결말과 똑같이 사라진 이유미. 이유미가 수렁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