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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음을 탐구하던 시절, 나에게 최승자는 '죽음 탐구'의 첨단에 있는 사람이었다. 나도 죽음에 대한 시를 써봤지만 대체 이 사람은 뭐란 말인가. 이토록 살아있음을 강렬하게 괴로워하는 시인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느끼기에 그녀는 삶이 너무 괴로워 죽어마땅한 시를 쓰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 산문집을 보면서 최승자라는 사람을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정말 오랫동안 공포와 절망을 견딘 죽음의 연구자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나타난 뉘앙스 중 '나의 삶은 자살로 마감될 것'이라는 확신에는 마음속 깊이 반대했다. 자살만 찾던 시기의 내가 그녀의 시를 보고 얼마나 공감을 했는지 생각하면, 나는 분명 그녀에게 빚이 있다. 그래서 책 후반부에 '더이상 죽음을 살지 않겠다는 마음'이라는 문장이 나타났을 때 정말 기뻐했다. 또, '시원성에 젖줄을 대고 있는 푸근하고 아름답고 신비하고 이상하고 슬픈 설화 형식의 아주 짧은 소설들을 써보고 싶다' 라고 말할 때, 나는 또다시 기뻐하며 생각했다. 그녀가 어렸을 적, '고독한 척'을 하게 했던 정비석의 소설, '산유화'를 구해 전해주고 싶다고. 그녀가 마음속 고향을 떠올리며 드디어 삶에 미소를 짓기를, 죽음의 연구자가 아닌, 살아있는 시인으로써 '푸근하고 아름답고 신비하고 이상하고 슬픈 설화 형식의 짧은 소설'을 정말로 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