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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을 읽으며 #에드워드호퍼 의 그림들에 그려진 인물들이 떠올랐다.
인물이 같은 공간도 아니라 창 너머에 있고, 주된 소재가 되지도 않는다.
그들도 관찰자를 알아채지 못하고 각자 다른 일이나 생각에 몰두하고 있어서 시선이 엇갈리는 그런 그림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습관같이 보내는 담담한 일상
드라마틱하고 격한 감정이 다 퇴색되어 버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가 무뎌진 굳은 살같아진 기억이
문득 손거스러미처럼 걸리고 일어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글이었다.
읽을 때는 인물도 사건도 지지부진하고 전개도 짜릿한 감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거울 속 시선 피한 타인의 얼굴을 지긋이 훔쳐볼 때의 불편한 조심스러움
모노톤 영상이 순간 찝혀 글리치로 몇 프레임 반짝 칼라로 보이는 것 같은 술렁임이 일어서
은근히 계속 곰씹게 된다. 조금 묵혔다가 또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