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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그냥 고통일까봐 너무나 두렵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고통은 그냥 고통이다. 고통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통은 그냥 고통이었고, 그 자체로 어떤 의미도 없다. 고통에 대한 생각이 어떤 의미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고통 자체는 정말로 제로, 0, 무無이다. 그건 참 억울한 일이었다. 정말로 약이 올라서 벌떡벌떡 일어나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고통은 그냥 고통일 뿐이다. 미안하게도, 애석하게도, 고통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화가 나지만, 근데 그렇다. 고통에는 의미가 없다. 그냥 비어 있다. 이것은 자조가 아니다. 고통은 그냥 의미가 없다. 그 자체가 너무나 허망해서 말이라도 반복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