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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가슴이 저몄다. 소설 속의 아이들이 살아내는 삶의 매 순간을 목격하는 목격자로서 세 아이들의 삶을 엿볼 때, 조마조마하고 가슴 한 켠이 선뜩해졌다. 평범한 중학생에서 어른이 되도록 내던져진 아이들. 그 안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어른이 된다.
누가 이 아이들을 잘못했다 벌할 수 있을까? 누가 이 아이들을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아이들에겐 그들이 생각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내에서의 '최선의 삶'이었을 뿐이다.
위태로운 아이들의 등을 떠민건 그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존 본능이었고,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었고, 사회였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며 고립을 주도하는 선생님들과 학교. 길거리에서 딸과 같은 아이들을 유혹하는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의 아픔을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게 자극적이고, 편집적으로 보도하는 언론들...) 어른과 사회가 성숙하지 못한 사회에서 아이들이 어떤 선택으로 내몰리게 되는지 통렬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은 몰랐던, 알고자 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규칙과 그들의 힘의 논리 안에서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치열하고 처절하게 생존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필사적 몸짓에 책장을 덮고 '이건 그저 소설일 뿐이야!'라고 부정하며 이 불편한 진실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실제로 우리 사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연한 현실이며,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진행중인 이야기이기에 책장을 덮고 외면해 버리면 아이들을 거리로 내몬 어른들 중 하나가 될 것만 같아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지 못한 어른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만 같아서. 소영의 비웃음 속에 가족과 학교에 대한 불신, 어른과 세상을 바라보는 조롱이 느껴져서 가슴이 뜨뜸했다. 소영의 웃음 속에 이런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 담긴 것 같아 가슴이 뜨끔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공허를 이해해주고 따뜻한 관심을 주는 어른이 필요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문학의 힘이라는 것은 우리가 주목하지 못하는, 혹은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해주는 강력한 매체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 교육자들, 그리고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 보아야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어른다운 어른이 부재한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사회가 돌보지 못했을 때, 어른은, 사회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선의 삶>이 드리우는 여운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