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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아이들답게 무해하게 생각없고 해맑을 수 있기를. 그런 세상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게 시민이자 교사로서 나의 일이다. 산뜻한 이야기에 대한 완독후기가 너무 교조적인가?
중2 아이들 130명 넘게 만나며, 때로 수업 들어가지 않는 반을 마주친다면 그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내가 두려워했던 것보다는, 아이들다운 아이들이 많이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느낀다. 너무 영악하지 않은, 친구와 싸워도 치고 받고 울고 화해하는, 모르는걸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해사하게 웃는, 그런 아이들.
그리고 《훌훌》을 읽으면서는 우리 아이들이
친구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있는,
친구에게 가장 필요한 방식으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세상의,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편견과 차별과 혐오를 벗어난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더불어 어른의 역할이, 의무가 더 와닿기도 했다.
고향숙 선생님의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역할이 좋았다. 국어선생님이자 담임선생님이라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께서는 세상을 사랑해야 분노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 순간이 많아져서 아프지만 자꾸 사랑하고 연대하는 관계들 속에서 빛을 찾는다.
저마다의 상처와 고난에서 벗어나 가볍게 훌훌 현재를 살아가기를. 어른아이할 것 없이 밝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기를.
쓰다보니 페퍼톤스의 Thank you 가사가 떠오른다.
'함께 할 수 있기를, 햇살이 비추기를.
소리내어 하하 웃고 모두 내려놓기를.
한치앞도 캄캄한 이 먼길의 어딘가에
소중하게 간직해둔 널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