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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걷는다기보다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우리는 움직이고 있고,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나는 반짝이던 그 존재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지금 그 존재는 더이상 순백색 빛을 발하지 않지만, 그렇다. 그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곳에 있는 듯없는 듯 존재하고 있다. 반짝인다는 말, 순백색이라는 말, 빛을 발한다는 말의 의미도 사라진 것 같다. 마치 모든 것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다. 의미라는 것, 그렇다. 의미라는 것 자체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모든 것은 단지 거기 있을 뿐이고, 그것들은 모두 의미 그 자체다. 우리는 또한 더이상 걷지 않는다. 우리의 움직임은 완전히멈춰버린 것 같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되어버렸고, 이제 내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를 감싸고있는 것은 회색빛이고, 그 빛은 나뿐만 아니라 존재하지않으면서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감싸고 있다. 마치모든 것은 각각의 회색빛 속에 존재하는 듯하고,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