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버킷리스트 중 묵혀뒀던 책을 드디어 완독했다. 이 책 하나를 읽기 시작하는 게 왜 이렇게 오래걸리고 어려웠을까 생각했는데 완독을 하고나니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나보다 싶다. 나는 아직 이 책의 문장들을 나의 문장으로 내 것으로 만들기에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순신 장군 생애의 일부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전장에서의 외로움 두려움 등등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백성들의 삶에 더 마음이 기운다. 내가 만약 그 시대의 이무것도 아닌 백성의 일부였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저 시대 속 삶을 살고 죽었을까를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고 괴로웠다. 이제 삼십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내게 온 이 끔찍한 상황과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을 생각하니 지금 내 심적 고통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나 싶었다. 하지만 니 고통이 내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을지라도 그로 인해서 내 고통이 사라지고 줄어드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사실 지금 내가 처한 이 고통 때문에 이순신의 삶 속 이야기에 깊숙히 집중하지 못했다. 집중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나는 이제 그 어떤 사람에게서도 연민을 느끼는 게 어렵고 역겹고 지친다. 나는 역시 사람이 인간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