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공부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순간에 대해 쓴 글 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퇴근해 책상 앞에 앉아 책에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에 투명 망토를 두른 것 같았다고 그녀는 썼다. 세상에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그녀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진 세상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보다도 언제나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썼다. 그럴 때면 벌어진 상처로 빛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고. 그 빛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더 가보고 싶었다.‘ 그녀는 그 렇게 썼다. 나는 그녀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그녀의 언어가 나의 마음을 설명해주는 경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