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가 그들의 저녁 식탁에 함께 들려 않을 자격을 취득하기 전, 일종의 입문식에 해당하는 세례식을 거행했다. 아이가 여기저기 쫓겨다니고 고생하는 동안 얼굴은 땟국에 절고 머리는 떡이 졌으니 목욕부터 하자는 것이었다.
이때 저 혼자서도 씻을 수 있다든가. 도와주지 않으셔도 된다는 어른스럽고도 새침한 거절을 무난하게 돌려 할 형편이 아니었는데, 경위 불문 그리 친하지 않은 친척집에 갑자기 토스된 아이는 그 집의 룰을 따라야 하고 그 집에 몸을 전적으로 맡김으로써 동정받을 만한 아이라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그 집의 주인으로 하여금 가여운 아이에게 충분한 은혜를 적극적으로 베풀었다는 만족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음을, 그 자리에서 바로 깨달었던 것이다. 버려진 아이는 울어야 하고 벌벌 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