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이 심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제발트가 여기서 다루고 있는 작가들 대부분이 우리에겐 낯선 사람들이고, 그들이 쓴 작품 또한 접한 적이 없으니 이렇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제발트가 이들의 작품을 하나씩 친절하게 소개해 줬더라면 우리가 접근하기에 좀 더 쉬웠을지 모르지만, 여기 있는 제발트의 글들은 이들의 작품을 차례대로 소개해 주기보다는 그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파편적으로 서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록 <전원에 머문 날들>이 제목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처럼 읽기 편한 책은 아니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이 표현이 무엇보다 책의 내용을 잘 담고 있는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다시 한 번 더 연달아 읽었고, 밑줄 친 문장들을 타이핑하면서 그 부분만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파에 올리면서 반복적으로 또 읽어보았는데, 처음엔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알아보기 쉽게 느껴져 재독하는 보람이 있었다. 이렇게 낯선 글들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어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여기 나온 작품들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언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작품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어보려 한다. 그럼 지금과는 또 다른 깊이와 방향으로 제발트의 말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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