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스트부터 슈니츨러에 이르는 노벨레 문학에서는 보통 남성 주인공들이 의식을 잃거나 생명을 다한 여성의 육체에 음침한 욕정이 동하여 그 위로 자신의 몸을 굽히는 경우가 다반사라면, 켈러의 작품에서는 한밤중에 내리는 눈 속에 아름답고 고귀하게 누워 있는 재봉사의 육신을, 그의 늘씬하고 탄력 있고 단단하게 죄인 (의미심장하게도 그렇게 표현되어 있다) 사지를 거리낌 없이 더듬어볼 수 있는 주체는 여성의 시선이다. 네트헨이 반쯤 죽어 있던 재단사의 몸을 열정적으로 문질러 그를 깨우고 마침내 그를 다시 천천히 일으켜세우는 장면에서 켈러의 성적인 동경이 사회에서 부여한 성역할의 전복을 지향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