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마담 보바리라는 소설에 대해 선입견이 잔뜩 있었습니다. 유부녀의 외도, 불륜 이야기. 좀 뻔하지 않을까. 아침드라마 같을 소설을 굳이 읽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안 읽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플로베르의 다른 소설들도 더 읽고 싶을 정도로요.
에마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샤를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마를 비롯해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어요.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보지 않고요.
어쩜 그렇게 철썩같이 에마를 자기 틀 안에서만 상상하고 그 안에서만 사랑할까요. 에마가 바람을 피워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자기가 사랑한다고 믿는 부인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는 그의 맹목이 안타까웠어요.
반면 에마는 계속 움직입니다. 샤를이 부동이라면 에마는 계속 움직여요. 그렇게 "부유"하다가 가라앉고야 마는 결말을 맞는다하더라도요.
에마는 '자신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진정한 사랑에의 열망, 욕구를 지닌 존재예요. 처음엔 샤를이 그 대상인 줄 알았지만 결혼을 거의 하자마자 아니란 걸 알아버리죠. 그런 점에서 에마는 자기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솔직한 인간형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에마의 행동력이 오히려 좀 시원하더라고요. 생각하느라 선택과 결정의 시기를 종종 놓쳐버리고 늘 제자리에 그대로 있는 사람으로서 뒤를 재지 않고 자기에게 충실한 에마의 모습이 말입니다. 무척 위태로우면서도 보통 사람이라면 넘지 못할 선에 끝까지 가닿아보는 추동력은 무슨 에너지일까 궁금하더라고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스스로를 속여서 평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과 자신을 직시해서 그 열망을 계속 쫓는 삶 사이 나는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하는.
이 소설을 꼭 불륜에 국한해서 읽지 않는다면 훨씬 다양한 공감대가 이뤄질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시일이 지나 꼭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