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스스로 삶을 떠나길 선택한다면 어떨까. 아직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떠나고 싶다고 한다면 그 결정에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소설가인 에이미 블룸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나 자신으로 남아 있을 때 스스로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린 남편의 곁에서 그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한다. 조력자살을 지원하는 스위스의 비영리기관 디그니타스의 문을 두드린 부부가 함께 취리히로 향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삶의 유한함에 대해,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랑이라는 숭고한 감정에 대해서 보여준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도 자주 다루는 소재이다. 대부분 알츠하이머가 등장하면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흘러가거나 이른바 신파가 난무하며 눈물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 오히려 가슴 먹먹해지는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기억은 잃어버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인간으로서의 삶은 더 이상 잃어 버리지 않으려는 그 선택에 박수를 보내지만, 그게 만약 나의 일이 된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흐르고, 당장 내일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삶이 주는 기쁨을 소중하게 여기며, 내게 주어진 하루를 또 열심히 살아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