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마담보바리>는 전에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읽다가 살며시 밀쳐낸 경험이 있다. 이 책이 '너무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종종 외롭다는 생각도 했었던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끝내 ''너무 재밌다'고 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는 기분으로 책을 완독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것이 있다면, 독서력 향상 같은 '나의 변화' 때문이 아니고, 사실 '독파' , 더 정확히는 '특별 게스트 김남주 번역가님'의 가이드 덕분이었다. 이 지면을 빌어 진심어린 감사를 드리고 싶다.
2부가 시작될 무렵, 또 다시 책을 밀쳐버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던 바로 그때, 독파홈페이지에 올라온 김남주번역가의 응원글을 읽었다. 거기에는 "정작 책은 160여년간 쌓여온 명성에 비해 덤덤하고 밋밋하며 줄거리만 따라 읽으면 고구마 열 개 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해져서 던지고 싶어지기도 합니다."라는 콕찝은 내 마음이 담겨있었다. " 큰 위로가 되면서, 이 번역가님을 믿고 한번 더 따라 가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번역가님은 이번 재독에서 '인간 관계'를 읽으셨다고 했는데, 나는 에마라는 여인을 통해 욕망의 '선' 을 읽었다. 사람들이 흔히 '보바리즘'을 논할 때, 현실의 나를 직시하지 못하고 이상을 쫒는 낭만주의적 몽상이라고 비판하지만, 이 몽상이 일정한 선을 지킬때 삶을 얼마나 환하게 비춰주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건 마치, 초록지붕 아래서 몽상에 빠져있는 '빨강머리 앤'의 삶의 동력처럼 말이다. 우리가 선을 넘는 보바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면, 같은 저항으로 현실만을 너무 직시했을때의 우울과 무기력도 거부하고 싶다. 이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삶이 지속적으로 가능할까, 그걸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김남주번역가님이 추천해주신 <나보코프 문학강의>를 주문하는 것으로 기분좋게 <마담보바리>를 덮었다. 나에게는 '완벽한 독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