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상의 작업을 중단할 필요조차 없었다. 어딘가 구석에서 그는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방금까지 주변을 조금 둘러보고 있던, 도저히 몰라보고 지나칠 수 없는 고독한 방랑자의 형상으로 말이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그의두 눈으로 찬란한 제란트를 보았고, 또 이 제란트에서 은은히 빛나는 하나의 섬 같은 호수를 보았으며, 이 호수의 섬에서 다시금 다른 섬, "가벼운 아침 햇살의 안개에 싸여, 가물거리는 희끄무레한 빛 속에서 이리저리 부유하는 생피에르섬을 본 것처럼 생각된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빗속에 처량하게 잠겨 있는 호수변 산책로에 서면 저 멀리 수면 위에 '보트나 나룻배를 탄 항해 애호가들이 머리 위에 우산을 펼쳐놓은 광경이 보인다. 그 풍경은 우리가 "중국이나일본 또는 그 밖의 몽환적이고 시적인 나라에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