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더마이어 시대의 상상의 세계는 유리돔 속으로 들어간, 완벽하게 배열된 미니어처의 세계이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은숨을 멈춘다. 그 유리돔을 뒤집어놓으면 안에서는 눈이 흩날린다. 그러면 금방 다시 봄이 되고 여름이 된다. 이보다 더좋은 질서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영원한 평화처럼 보이는 상태 양옆으로는 점점 급변하는 시대가 야기할혼돈에 대한 공포가 에워싸고 있다. 청년 피리케가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그는 세기의 거대한 변동들을 겪을 대로 겪은 뒤였다. 눈앞의 지평선에는 산업화의 참상과 자본 축적이 초래할 소란, 그리고 새로운 강철 같은 국가권력의 중앙집권화를 위한 책략이 서서히 그 마각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