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페터 트리프의 그림 속에서 자기 신발의 역사와 불가해한 상실에 대해 숙고하는 붉은 머리의 여성은 그 비밀의 공표가 그녀 바로 등뒤에―오래전에 지나가버린 세계에서 나온 유사한 물건의 형상으로―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비밀의 담지자로서 시간의 심연을 훌쩍 뛰어넘는 개는―그에게는 15세기와 20세기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없는 까닭에―어떤 점에서는 우리보다 더욱 정확히 알고 있다. 개의 왼쪽 (길들여진) 눈은 주의 깊게 우리를 향해 있다. 오른쪽 (야생의) 눈은 미미하게나마 빛을 덜 발하고, 왠지 삐딱하고 낯선 인상을 준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이 그늘진 눈이 우리를 꿰뚫어본다고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