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5.Mon.>
[제 3부 - 2]
결혼 후 첫 몇 달, 말을 타고 숲속을 산책하던 일, 왈츠를 추던 자작, 노래를 부르던 라가르디,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눈앞을 스쳐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레옹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득히 멀게 여겨졌다.
"하지만 난 그를 사랑해!"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런들 무슨 소용이랴!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한 번도 행복해본 적이 없는 듯했다. 이런 삶의 결핍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녀가 의지하던 것들이 어째서 이토록 순식간에 부패해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 하지만 만약 이 세상 어딘가에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있다면, 열정과 교양을 동시에 갖춘 귀한 품성을 지니고 천사의 모습 안에 시인의 가슴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황동 현이 달린 수금을 들고 하늘을 향해 애수 띤 축가를 연주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녀가 그를 우연히라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오! 그건 불가능해! 게다가 애써 찾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부 다 거짓이다! 미소의 이면에는 어김없이 권태로운 하품이 숨어 있고, 즐거움의 이면에는 저주가 자리잡고 있으며, 모든 쾌락에는 혐오가 숨어 있고, 최고의 입맞춤일지라도 더 큰 쾌락에 대한 실현할 길 없는 욕망만을 입술에 남길 뿐 아닌가. _p.406_
=> 샤를의 입장에서 책이 시작하기 때문에 샤를의 눈으로 본다면 에마는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것이지만, (물론 에마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에마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그 당시의 여성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을까싶다. 잘 모르고 하게되었던 결혼생활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고,계속 새로움을 추구했으니까. 다른 세계를 동경했으니까. 혹은 에마가 지금 이 시대의 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동경만을 하면서 힘겹게 삶을 결혼 생활을 이끌어 나갔을 것 같지도 않다. ..... 안타까워...
이상한 일은 보바리가 끊임없이 에마를 생각하는데도 그녀를 잊어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녀의 모습을 붙잡아두려고 몹시 노력했지만 기억 속에서 점점 흐려지는 것을 느끼고 절망했다. 샤를은 매일 밤 에마의 꿈을 꾸었다. 언제나 같은 꿈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껴안으려고 하면 그녀가 품속에서 폭삭 썩어서 꺼져버리는 것이었다. _p.494_
=> 모든 것이 사그라졌다. 인간의 욕심이 욕망이 적날하게 들어나는 결말이었다. 그리고 비참했다. 모든 것이. 이렇게 허무하고 희미하게 사그라져가면 안될것만 같아서 가슴이 너무 아프고 슬프고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