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1.Thu.>
[제 2부]
에마로서는 자신이 레옹을 사랑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사랑이란 요란한 천둥 번개와 더불어 별안간 닥치는 것으로, 인간의 삶 위로 떨어져 삶을 온통 뒤흔들고 인간의 의지를 나뭇잎처럼 날려버리고 온 마음을 심연 속으로 몰아넣는 하늘의 폭풍우였다. 그녀는 집 테라스의 빗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빗물이 고여 호수를 이룬다는 사실을 몰랐으므로, 그대로 태평스러운 삶을 계속 이어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 _p.147_
그는 이런 말을 수없이 들었으므로 전혀 새로울 게 없었다. 그에게 에마는 다른 정부들과 다를 바 없었다. 새로움이 주는 매력이 옷처럼 하나하나 벗겨져나가자 언제나 똑같은 형태, 똑같은 말로 표현되는 열정의 끝없는 단조로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였다. 이 경험 많은 사내는 비슷비슷한 표현 이면에 자리잡은 감정의 차이를 구별해내지 못했다. 방종한 여자들, 돈으로 산 여자들이 그와 똑같은 말을 그에게 소곤거렸으므로 그는 그녀가 하는 말의 순수성을 거의 믿지 않았다. 보잘것없는 애정을 숨기려고 그런 과장된 말들을 감안해서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_p.272_
관중에게 이토록 압도적인 열정을 발산하는 것으로 보아 그 가수는 마르지 않는 사랑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고 에마는 생각했다. 그의 시적인 배역에 압도당해 그를 경멸하려던 충동은 모두 사라져버렸고, 작중 인물이 주는 환상을 통해 그 가수에게 이끌린 그녀는 그의 실제 삶을, 활력에 넘치고 범상치 않으며 휘황찬란한 삶을, 우연이 도왔다면 그녀 자신도 영위할 수 있었을 그런 삶을 상상해보려 애썼다. _p.321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