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6.Sat.>
[제 1부]
어떤 식물이 특정한 토양에서만 잘 자라고 다른 곳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이 지상에도 행복을 가져다주는 장소가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검은 색 벨벳 연미복에 낭창한 가죽장화,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쓰고 소맷단에는 커프스를 단 남편과 스위스 산장의 발코니에 팔을 괴거나 스코틀랜드의 별장에 틀어박혀 애수를 달랠 수는 없단 말인가!
아마도 그녀는 이런 모든 생각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구름처럼 시시각각 형태가 바뀌고 바람처럼 회오리치는 그 포착할 수 없는 불안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그녀로서는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그럴 기회도, 용기도 없었다.
만약 샤를이 알아보려는 시도라도 했다면, 눈치라도 챘다면, 그의 눈길이 단 한 번이라도 그녀의 생각에 가닿았다면, 다 익은 과일이 손만 뻗으면 떨어지듯이 이 모든 이야기가 그녀의 가슴속에서 왈칵 쏟아져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생활에서 친밀감이 더해질수록 마음의 거리가 생겨나 그녀를 남편으로부터 떼어놓았다. _p.64-65_
그녀는 욕망에 사로잡혀 사치의 쾌감과 사랑의 희열을, 의례적인 우아함과 섬세한 감정을 혼동했다. 인도산 식물이 그렇듯 사랑에도 준비된 토양과 특별한 온도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_p.89_
에마는 때때로 삐져나온 그의 빨간 내복 끝자락을 조끼 안으로 넣어 주고 넥타이를 바로잡아주거나 그가 끼려고 놓아둔 낡은 장갑을 내다버렸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샤를이 짐작하는 바와 달리 그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그녀 자신을 위한 일로, 과도한 이기심과 신경질적인 짜증의발로였다. 또한 그녀는 때때로 자기가 읽은 소설이나 새로운 희곡의 한 단락, 신문에서 본 상류사회에 관한 일화를 그에게 들려주었다. _p.93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