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들은 각각 하나의 이상을 만들어서 그 이상에 걸맞도록 자신들의 지나간 삶을 끼워맞추고 있었다. 게다가 말이란 워낙에 압연 롤러처럼 언제나 감정을 길게 늘이는 법이다.(p336)
2. 레옹은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왜냐하면 거의 두 시간 동안 성당 안에서 돌덩이처럼 굳어 있던 그의 사랑이 이제는 정신 나간 주물공이 무슨 터무니없는 실험작처럼 대성당 위에 위태롭고 기괴하게 올려놓은, 끝을 자른 파이프 같기고 하고 길쭉한 새장 같기도 하고 속이 보이는 굴뚝 같기도 한 그 첨탑을 통해 연기처럼 증발해버리고 말 것 같았기 때문이다.(p349)
3. "이건 몸시 적절치 못한 일이라는 거, 알죠?"
"뭐가 적절치 않다는 겁니까? 파리에서는 흔한 일이라고요!"서기가 말했다.
이 말이 반박할 수 없는 논거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는 마음을 정했다.(p350)
4. 이윽고 마음을 가라앉힌 그녀는 자신이 그를 부당하게 헐뜯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비방하다보면 우리는 어김없이 그들로 부터 어느 정도 멀어지게 된다. 우상에는 아예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손에 금박 입자가 묻어나기 때문이다.(p404)
5. 그런들 무슨 소용이랴.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한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는 듯했다. 이런 삶의 결핍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녀가 의지하던 것들이 어째서 이토록 순식간에 부패해 사라져버리는 것일까?...하지만 만약 이 세상 어딘가에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있다면, 열정과 교양을 동시에 갖춘 귀한 품성을 지니고 천사의 모습 안에 시인의 가슴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호아동 현이 달린 수금을 들고 하늘을 향해 애수 띤 축가를 연주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녀가 그를 우연히라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오! 그건 불가능해!! 게다가 애써 찾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부 다 거짓이다. 미소의 이면에는 어김없이 권태로운 하품이 숨어있고, 즐거움의 이면에는 저주가 자리잡고 있으며, 모든 쾌락에는 혐오가 숨어있고, 최고의 입맞춤일지라도 더 큰 쾌락에 대한 실현할 길없는 욕망만을 입술에 남길 뿐 아닌가. (p406)
6. 애마가 갑자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흐느낄 때면, 이제 그는 지겹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가슴은 이제 일정량 이상의 음악은 듣지 못하는 이들처럼 요란한 사랑의 소동들 사이엥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를 더이상 구별하지 못하고 그것에 무심해지기에 이르렀다.(...)레옹이 에마를 패곤하게 여기는 것만큼 그녀도 그에게 싫증이 나 있었다. 에마는 그 불륜 관계 속에서 결혼생활의 온갖 진부함을 다시 발견했다.(p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