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나는 모든 것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법을 차츰 배우게 되었다. 프로이센의 작가 클라이스트의 삶이 툰에서 악치엔 양조장 직원으로 일했다고 주장하는 스위스 산문작가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베를린 반제 호수에 울려퍼진 권총 소리가 헤리자우 요양원의 창에서 바라본 풍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발저가 떠난 산책과 내가 떠난 소풍이, 출생일과 사망일이, 행복과 불행이, 자연의 역사와 우리 산업의 역사가, 고향의 역사와 망명의 역사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 모든 여정에서 발저는 항상 내 옆에서 같이 걸었다. 나는 일상의 작업을 중단할 필요조차 없었다. 어딘가 구석에서 그는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방금까지 주변을 조금 둘러보고 있던, 도저히 몰라보고 지나칠 수 없는 고독한 방랑자의 형상으로 말이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그의 두 눈으로 찬란한 제란트를 보았고, 또 이 제란트에서 은은히 빛나는 하나의 섬 같은 호수를 보았으며, 이 호수의 섬에서 다시금 다른 섬, “가벼운 아침 햇살의 안개에 싸여, 가물거리는 희끄무레한 빛 속에서 이리저리 부유하는” 생피에르 섬을 본 것처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