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은 단순하다. 책마다 편집자들의 후기가 한두페이지로 짧게 들어가 있으니 특별한 제목은 아닐 수 있지만 한권의 책이 '편집후기'로만 다뤄질 수 있다면 시선을 끈다. 굉장한 성과를 자랑하는 편집자의 성공담일까. 대체 저자는 어떤 책들을 편집한 걸까. 하지만 나는 성향상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에 끌린다. 또 시의 화자가 내는 쓸쓸한 목소리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들이 허망한 표정을 사랑한다. 내가 독서라는 간접경험을 통해서 우열감과 안도감을 찾는 한심한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망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용기가 좋다. 그뿐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크게 망한 것도 아니다. 분명 어떤 후회는 있을수있지만 누가봐도 좋은 책들을 냈을 것 같다. 그리고 저자의 특유의 신중함과 겸손함을 보이는 태도가 문장에 드러난다. 분명 좋은 책들을, 내가 읽은 인생책들이 그의 손이 거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편집후기를 책으로 쓸만한 자격이 있는 편집자인 것이다. 그럼에도 평범한 제목, 성공도 실패도 아닌 어떤 편집인의 이야기는 나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 잡았다. 부제에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대목에서 나는 이 책에 대해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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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능동적인 독자들은 작가와의 대화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독자와 작가가 마주하기 위해서 그 사이에 편집자의 치열한 노력이 있다는 것은 대체로 잊는 듯하다. 어쩌면 편집자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만큼 전달력이 탁월한 책이 편집자의 목표인지도 모르겠다. 책이라는 대상을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치고 고민하는 모습, 직장인으로서 업무에 시달리지만 결국 책의 곁에 머무르게 되는 모습, 몇가지 포착한 저자의 모습이 담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독자역시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게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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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의견에 공감하는 바는 편집인들이 글을 쓰고 책을 내면 좋겠다는 것. 편집자의 책은 언제나 좋았다. 책을 만들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뒤따르는 것인지, 책들이 전달하고자하는 바가 명확했다. 또한 가다듬어진 문장에서 가독성도 좋았다..는게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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