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올라갑니다. 천천히 오세요. 지현.’
규옥은 인등 담당자가 올 때까진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은행도 기다렸다. 인등 담당자가 오기를. 완연해진 아침해가 경내를 반쯤 채웠을 무렵. 규옥은 기어코 명부전 벽면 한쪽에 어떤 여자 아이의 등 하나를 밝혔다.
그사실을 은형은 예산에서 돌아와서도 오래 기억했다.
명부전에서 나와 셋은 지름길로 추정되는 길로 접어들었다. 길 초 입에서 보았던 선원 안내 표지판이 어쩐지 보이지 않았고 마애불이 먼저 나왔다. 마애불 앞을 쓸고 있던 할아버지가 산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길로 가면 선원이 금방이라고. 그래서 셋은 산을 타기 시작 했는데...... 규옥은 산에 들어서자 물을 만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