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K-요괴 판타지 소설의 탄생 "
-설민석의 첫 역사 판타지 소설 -
우리에게 친절한 한국사 선생님으로 유명한 설민석이 소설가가 되어 우리 곁에 찾아왔다. 그의 귀에 쏙쏙 이해가 되는 명쾌하면서도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에 푹 빠지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역사 이야기가 아닌 역사 판타지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 『요괴어사』는 설민석과 웹소설 작가 원더스가 만나서 탄생한 새로운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살아 있는 백성뿐만 아니라 죽은 백성까지도 살피겠다는 정조의 뜻에 따라 요괴를 퇴치하고 '망자천도' 라는 목적 아래 '요괴어사대'가 조직된다. 대한민국 괴물들과 요괴어사대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통쾌함,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선사한다.
소설의 시작은 18세기 조선, 임금 정조의 괴이한 꿈으로부터 시작한다. 꿈속에 나타나 국운을 예언하는 여인과 그 여인이 한 손에 든 심장과 한 손에 든 여자아이는 무슨 의미일까. 그 꿈을 계기로 정조는 죽은 이를 본다는 아이인 벼리와의 우연히 만나게 되고 아버지 사도세자가 남긴 편지의 메시지를 보게 된다. 살아있는 백성뿐만 아니라 죽은 백성까지도 천도해야한다는 ‘망자천도(亡者薦度)’의 목표 아래, 정조는 요괴어사대를 결성하게 된다.
정조는 죽은 이를 보는 아이인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 이렇게 5명에게 "너희는 요사스럽고 괴이한 일을 살피는 어사가 되어 원한의 굴레에 빠진 이를 구하라." 라고 말하며 요괴어사대원으로 그들을 임명한다.
요괴어사대는 역병으로 돌던 괴질 문제를 포함한 조선 팔도에서 벌어지는 각종 요괴 관련 문제들을 해결한다. 하지만, 그 사건들 속에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한과 슬픔이 서려 있음을 알게 된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가족들에게 희생당한 반쪽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제를 거두려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승려들, 물에 빠진 동생을 구하려다 죽은 처녀 귀신, 양반에게 협박받고 이용만 당하다가 죽은 기생들 그들은 요괴이기 이전에 살아 생전 누구에게도 보호받지도 못하고 핍박받은 조선의 백성이었던 것이다. 살아서도 무시당하고 보호받지 못했고 억울하게 죽임까지 당해 그들의 원한을 가진 요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의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작가는 신수 동물인 해치를 통해 그런 원한과 그들의 죄를 냉정하고 단호하게 심판하고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 죄에 따라 합당한 벌을 받으며 사건이 해결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지옥에서 온 심판자'라는 부제처럼 그들이 죄인을 심판하고 처벌하는 과정 속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해치의 판결 속에서는 재물과 권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감형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거짓과 각종 핑계가 통하지 않는 해치의 명쾌한 판결을 보면서 우리 사회 속에서도 이런 판결이 내려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앞으로 조선 땅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찾아다니며 원혼을 달래고 망자를 천도한다는 목표 아래 사악한 요괴들과 대결하는 요괴어사대의 활약이 너무나 신나게 흥미진진했다. 다음에 나올 『요괴어사』 2권에서는 또 어떤 재미난 요괴어사대의 이야기가 펼쳐질 지 기대가 된다.
정조께서는 〈일득록〉에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앞으로 일어날 일의 거울로 삼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앞서간 선배들의 실수나 배울 점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가 나아갈 미래를 그려 보는 것은 영웅이 죽고 서사가 사라진 이 시대에 한 줌 희망의 불빛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사적 본질을 판타지 소설에 태워 당신께 띄워 보냅니다. 이 작품에 승선하시어 고난의 파도를 이겨 낸 벅찬 승리의 세상을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설민석,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