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마음은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구해야 하는 게 세상의 모든 한 사람이라면, 그 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세상이라면 어떨까. 다정과 이해도, 곁에 있어 주는 시간도, 도피처가 되는 꿈도 모두 그 세상 안에만 있는 거라면. 학비도 대신 내 주지 못할 용기만을 껴안은 채 세상을 깨고 밖으로 나아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다 함께 여기를 뛰쳐나가면 빚도 무엇도 없을 거야. 그런 울림이 그리는 세상은 달콤했지만 게임의 마지막 순간처럼 쉽게 부스러졌고, 그래서 그건 똑같은 꿈이 되었다. 결국 문장으로 이루어진 미로를 헤맨 뒤 남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세계의 구원을 믿으려 애쓰는 자신과 그 무엇도 상상하지 못하는 자신뿐이었다. p.246~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