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아이가 제대로 발육을 못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녀는 산부인과 의사의 짙은 화장을 뒤집어쓴 얼음장같은 눈초리를 떠올렸다. 태아에게 발육 상의 이유로 아버지가 그렇게 절실히 필요했다면, 아버지 없이도 이만큼 발육한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의사의 말, 아니 어떤 인상 고약한낯선 젊은 여자의 말만 믿고, 배 속의 아기가 괴물이 되어가고 있을까 봐 지레 겁먹은 건 아닐까? ‘아기를 위해서‘라는 명분아래 아이 아버지를 구하는 데만 너무 열중해서, 정작 중요한 아기에게는 충분히 마음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발육이 어떻게 되었든, 아버지가 있든 없든, 아기는 그녀의 아기였고 또 진정한 의미에서 그녀만의 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