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멈추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찰나를 만들고 나는 가만히 서서 순간 속에 머문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나는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다. 여기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나는 아무도 아니다. 아무와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오직 나만이 나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 (p.48)
사람들은 각자의 슬픔을 품고 살아간다. 슬픔은 없애버려야 할 것이 아니다. 상처는 낫고 슬픔은 머문다. 우리는 우리에게 머물기로 한 슬픔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슬픔은 삶을 신중하게 한다. 그것이 슬픔의 미덕이다.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