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죽음이 바로 앞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왜 엄마가 죽지 않을까. 대체 언제쯤 죽어줄 거야..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 딸이라니... 이들 모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대 일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즈무라 미나에의 장편소설 <어머니의 유산>을 읽었다. 미즈무라 미나에의 작품은 아주 오래 전에 <필담>과 <본격소설>이 국내에 소개되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십오년 여만에 신작이 국내에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서로에 대한 원망을 대놓고 드러내는 모녀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지속됨며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좀 독특하게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늙은 부모를 보살피는 것에 대해, 돌봄 노동과 모녀 관계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언젠가는 '늙음'이라는 짐을 가지게 된다. 미즈무라 미나에는 가족 관계에 대해, 그 중에서도 모녀 사이의 역학 관계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인간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찰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어머니의 유산이라는 것이 재산이라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만들어 준다. 누구나 언젠가는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현실이라는 점이 더욱 마음 한 켠을 서늘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