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하던 제과점이 망하면서 담보로 잡혔던 집이 넘어가는 바람에 엄마 혼자 살던 화성의 주공 아파트로 오빠네 식구들이 잠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오빠 내외는 엄마가 쓰던 안방을 차지하고 제일 작은 방으로 엄마를 보냈다. 냉장고를 열어봐도 싱크대 찬장을 열어봐도 엄마의 살림살이는 낡고 못 쓰는 것인 양 구석에 박혀 있었다. 오빠가 배달 일을 하면서 자리를 잡았지만 오빠네 식구는 엄마의 집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빠는 엄마의 집을 당연히 물려받을 재산이라 여기는 것 같았다. 오빠 내외가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 순간 나에게는 친정이 사라졌다. 올케언니는 항상 자기에게 연락하고 오라고 당부하는데, 그 말은 허락을 받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허락이라니……. 엄마의 집에 오기 위해 허락을 받는 자식은 없다. 이 집은 엄마의 집이지 오빠의 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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